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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하녀'를 '김수지'로 바꾸면 취직될까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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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557
내용

'김하녀'를 '김수지'로 바꾸면 취직될까요

[청년들 일자리 얻으려 개명까지]

"발음 어렵고 어감 나쁘면 불리" 年 14만~16만명… 법원에 줄서
변호사가 '건당 13만원' 대행도


교사 임용시험에 번번이 낙방했던 20대 여성이 지난해 어머니와 함께 점집을 찾아갔다. 시험에 네 번째로 떨어진 날이었다. 역술인은 한참 동안 사주를 들여다보더니 "다 좋은데 '이슬'이라는 이름 때문에 인생이 안 풀린다. 이름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점괘를 내놓았다. 이름과 사주가 안 맞아서 취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어머니도 '밑져야 본전이니 이름을 바꿔보자'고 맞장구를 쳤다. 결국 그는 개명(改名) 신청서를 들고 가정법원을 찾았다. 그는 법원의 개명 허가를 받아 이슬이라는 이름을 혜인으로 바꿨다.

회사 면접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20대 '○우연'씨도 취업을 위해 이름을 바꾼 케이스다. 그는 "이름의 한글 어감이 썩 좋지 않아 취업이 안 되는 것 같다"며 개명 신청을 했다. 그가 택한 이름은 '지연'이었다. '순근'이라는 이름을 썼던 30대 취업 준비생도 "회사 면접을 볼 때마다 면접관들이 매번 이름을 잘 알아 듣지 못하고 되묻는다"며 '민준'으로 개명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대의 개명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발음하기 어렵거나 듣기 이상한 이름 때문에 취업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여기는 탓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30여 명이 개명 신청을 하는데 그중 10여 명은 '취업 때문에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고 했다.

개명 신청은 2005년 대법원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개인의 권리 보장 차원에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례를 변경하면서 결정적 전기(轉機)를 맞았다. 그전까지는 거꾸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개명할 수 있다는 게 판례였다. 대법원 판결 직후 한동안 '출생신고 때 이름을 잘못 적었다'거나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는다'는 이유로 개명 신청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예컨대 김치국, 김하녀, 이만원, 하쌍연, 송아지 같은 이름을 가진 경우였다.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연쇄 살인범이나 흉악범의 동명이인들도 이름을 바꿨다. 2009년엔 전국의 '강호순' 19명이 개명했고, 2010년엔 '김길태' 14명이 다른 이름을 찾았다.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어 유죄판결을 받았던 전모 검사도 교도소에서 나온 직후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최근 10년 개명 허가 얼마나 했나 정리 표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개명한 사람은 150만명을 넘는다. 우리나라 사람 33명 가운데 1명꼴이다. 당초 법원 관계자들은 놀림받는 이름, 출생신고 잘못 등을 이유로 한 개명 수요(需要)가 어느 정도 소화되고 나면 개명 신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6년 사이에도 매년 14만~16만명이 개명을 위해 법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결국 취업난 등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 셈이라고 법원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개명 신청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변호사·법무사도 등장했다. 이들은 개명신청서부터 법원 허가가 난 이후 구청·주민센터에 내는 개명신고서 등을 대신 써주고 한 건당 13만~15만원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한다. 최근엔 국제결혼이나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은 뒤 한국 이름을 가지려는 외국인들도 개명 전문 변호사·법무사들을 찾아온다. 서초동의 한 법무사는 "큰돈을 벌 수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고객이 꾸준히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요즘은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으로 평생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과거보다 약해졌기 때문에 특별히 듣기 싫은 이름이 아니더라도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치려 하는 경향이 있다"며 "법원도 범죄 경력을 숨기려 한다거나 빚을 갚지 않으려는 목적이 아닌 한 개명 신청을 대부분 허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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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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