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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름이 창피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2.18
첨부파일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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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조회수
2361
내용

[다듀 취중토크①] ”나도 내 이름 후회, 엄마가 제일 창피해해”

[일간스포츠] 입력 2015.12.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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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을 수도, 반대로 항상 나쁠 수도 없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번갈아 찾아와,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개코 35·최자 35)도 데뷔 이후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따라다녔다. 2000년 CB Mass로 데뷔해, 주목받았지만 결국 2003년 무일푼에 빚까지 얻은 상태에서 팀은 해체했다. 

개코와 최자 둘만 남아 다이나믹 듀오를 결성하고는,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링마벨''고백'부터 아메바컬쳐를 설립하고 만든 '출첵''솔로'도 잘됐다. 무엇보다 대체불가 정상급 힙합 듀오로 자리를 잡았다. 신인 듀오 슈프림팀 역시 성공적으로 론칭해, 맘 편하게 군입대할 수 있었다. 제대 이후인 2013년 발표한 7집 '럭키넘버스'의 타이틀곡 '뱀'은 이들의 인생곡이 됐다. 

모든게 순조로웠다. 세상의 중심에서 성공을 외칠 시기였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2013년 7월 슈프림팀의 이센스가 아메바컬쳐와의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9월 이센스는 모두를 놀라게 한 아메바컬쳐 디스곡 'You can't control me'를 발표했고, 개코 역시 예상을 깨고 이센스 디스곡으로 맞불을 놓았다. 국내 힙합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뜨거웠던 이른바 '힙합 디스전'이었다. 

그리고 최자는 걸그룹 f(x)의 전 멤버 설리와의 노가리집 데이트 사진 한 장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놨다. 유래 없는 래퍼와 걸그룹 멤버의 사랑이었다. 한동안 가요계 사건사고는 아메바컬쳐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다. 기자들이 오히려 "또 전화해서 미안한데."라며 말끝을 흐릴 시기였다. 사건사고가 뭔지도 모르던 아메바컬쳐는 이제 사고 대처에 스페셜리티(speciality)를 갖게 됐을 정도다.  

다이나믹 듀오와의 취중토크는 오래전부터 기획했다. 그 만큼 물어볼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인터뷰에 응하기까지는 2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동안 두 사람은 좀 더 어른이 됐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진다는 사실을 배웠다. 지나간 일들에 대해 좀 더 차분하고 덤덤하게 얘기하는 법도 알았다. 연말 소속사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아메바후드 공연을 앞둬, 체력보충용 한우에 맥주로 이야길 꺼냈다. 워낙 이야깃거리가 많은 팀이라 맥주병은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쌓여갔다. 

  
▶최자란 이름, 엄마가 창피해해요 
  
-취중토크 공식질문입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최자) "둘 다 소주 서 너병씩은 마셔요. 정말 열심히 먹어야 하는 자리면, 보드카 한 병씩은 비우는 거 같아요. 취해서 사고친 적은 없고요." 
(개코) "전 섞어 마시면 정말 힘들어요. 와이프가 저 추한 모습 많이 봤죠. 빨개 벗고 화장실 누워 있은적도 있었고요. 하하." 
  
-아주 옛날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전설의 힙합듀오의 첫 인상은 각각 어땠나요.
(개코)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났어요. 최자가 우리 반에서 키가 제일 컸어요. 전 작은 편이었고요. 그래서 친구가 될지는 몰랐죠. 키 큰 그룹, 작은 그룹 나뉘잖아요. 근데 전 굉장히 활동적인 타입이었거든요. 운동도 좋아하고 춤도 추고, 근데 최자는 손으로 뭘 만들고 그런걸 좋아하는 타입이었어요. 터미네이터 프라모델 같은걸 만들어와서 시선을 끄는걸 좋아했어요. 뭔가 얼리어답터처럼요. 그래서 '이거 뭐야 얘' 그러면서 제가 먼저 다가갔어요. '덕'력이 있어보이는 아이였죠." 
(최자) "전 사춘기가 일찍 와서 내성적이었어요. 개코는 그 당시에 학교에서 인기가 제일 많았고요. 날라리였죠. 춤을 되게 잘 췄어요. 반대항으로 장기자랑하면 혼자 나가서 1등하고 그랬죠. 지금은 머리가 많이 빠졌지만 원래 되게 귀여웠어요. 뭔가 미소년은 아니지만요. 취향상으로는 친해지기 힘들었는데 음악으로 엮였어요. MC해머 같은 미국 래퍼들의 음악에 빠진거예요." 
(개코) "중학생이 되면서는 미국에서도 제대로 된 힙합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둘이 돈 모아서 힙합 음반도 사고, 돌려듣고 그랬죠. 완전 힙합 '개'마니아였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외국곡을 외워서 축제 때 공연하고 그랬어요. 완전 스타였죠. '얘네 완전 흑인 같아'라는 말도 들었고요. 축제에서 노래하고 내려오면 영어 선생님한테 엄청 맞았어요. 선생님이 '내가 영어담당인데 그걸 못 알아들을꺼 같아'라면서요. 왜 영어 랩에 '머더 퍼x''비X'같은 욕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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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궁금하네요. 이름은 왜 언제부터 그렇게 지은건가요.
(최자) "전 후회하죠. 근데 이게 중학교 때부터 제 별명이었거든요. 개코도 그때부터 별명이고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썼죠. 근데 어느 시점부터는 이름을 가지고 너무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그래서 기분이 나쁠 때도 있죠. 후회 아닌 후회를 좀 하죠. 사실 어머니가 제일 창피해 하고요. 하하."
(개코) "중학교 때 친구가 '넌 코가 사자 코 같아, 아냐 개코같아'라고 해서 개코가 됐어요. 그게 별로 싫지 않았어요. 심지어 그 땐 선생님들도 최자(본명 최재호)야 개코(본명 김윤성)야 불렀으니까요. 근데 아주 먼 미래는 보지 못한거죠. 이제 자식들이 크고 있는데 아빠가 개코니까 그게 좀 창피하죠."
(최자) "'너네 아빠 이름이 최자야? 왜?' 이런 부분이 제가 안고 가야 할 짐인거죠."
  
-아메바컬쳐의 탄생 이야길 해볼게요. 
(개코) "일단 CB Mass로 4년 동안 앨범을 3장 발표했어요. 근데 회사가 망했다고 해서 새 회사를 만들려고 자본금도 빌리고 하는 과정에서 세 멤버간의 다툼이 심해졌죠. 근데 회사가 망한게 아니라 합병이 된거라는 거예요.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데 빌린 돈도 있고, 우리끼리는 감정도 다 상해있고 그랬죠. 결국은 빚쟁이가 됐어요. 통장에 잔고도 없었고, 셋이 빚을 나눴어요. 부모에게 손을 빌리고 군대나 갈까 했었죠. 너무 힘드니까요. 근데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는데 갑엔터였어요. 우리 빚도 청산해줬고 '와서 음악만 하면된다'고 했거든요. 당시에 브라운아이즈가 소속돼 있었는데 방송도 잘 안하고 뮤직비디오만 예쁘게 찍어서 홍보하는 방식이 참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거기서 '링마벨''고백'을 발표하고 우리 스타일을 봐주던 경민 누나(고경민 대표)와 독립을 하게 됐죠."
  
-그게 아메바컬쳐가 된 거군요. 
(최자) "갑엔터와는 계약이 해지될 때 굉장히 편했어요. 사장님이 '너네로 손해본 것도 없고 번것도 없으니 새로운걸 해보고 싶다면 응원해 줄께'라고 하셨거든요. 그리고 다섯이서 시작을 한 거예요. 경민이 누나, 규상이 형, 영렬 씨에 우리 둘까지요.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았던 가로수길에 월세 70만원을 주고 14평짜리 방을 구했고요. 그 안에 테이블하고 녹음실까지 놓았죠. 그 안에서 세 사람은 사무일을 보고 우린 녹음하고 그랬어요. 3년 정도 있었는데 '출첵''솔로' 같은 곡들이 여기에서 나왔죠. 슈프림팀의 미니앨범도 여기서 나왔고요."
  
-다섯이서 힘들지 않았나요. 
(개코) "'출첵'이 나오기 전까진 수입이 없었어요. 직원 월급도 못주는 상황이라 '우리 한달만 다 같이 쉴까' 그랬거든요. 그 때 도망갈 생각을 다들 한 번씩은 했었을 거예요. 그래도 덩치를 작게 시작해서 버틸수 있었죠. 그 이후에 홍대 삼거리 포차 쪽에 2~3년 있었고 지금은 망원역 쪽으로 회사를 옮겼어요. 지금 회사엔 녹음실도 따로있고 직원도 19명이나 되죠. 아티스트까지 서른명이니 6배가 된거네요." 
  
-아메바컬쳐 노력의 결실은 자이언티가 맺은거 같아요.
(개코) "기분 좋죠. 가까이서 보면 이 친구도 이젠 빛과 그림자가 있어요. 일이 많아서 좋지만, 힘들어하는 것도 보이고요. 워낙 재능이 있고 대중이 그걸 알아줬고 선택한 그런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자이언티죠. 별다른 조언은 없고, 물 많이 마셔 이런 얘기해줘요. 하하." 
(최자) "성공하면 변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도 자이언티는 이해되는 선에서 변하고 있어요. 아직도 그 이상한 특별함을 가지고 있고요." 
 
 
엄동진·황미현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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