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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똥 향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0.01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139
내용
[온누리] 똥꾼
2015년 07월 29일 (수) 임용진 논설고문 APSUN@sjbnews.com

오늘은 아침부터 죄송하지만 똥타령이다.

지난번 막걸리 타령에서 ‘똥꾼’이란 말을 썼더니 ‘신문지상에 넘새스럽다’, ‘술꾼 놔두고 그게 뭐냐’는 불만이 들린다. 하지만 어쩌랴. 똥꾼이란 전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말인 것을. 분명 고상한 표현은 아니다. 싸구려 술집 골목에서 도는 상말이다.

소설가 이병천은 “ ‘똥꾼’엔 말 맛이 없다”고 질색한다. 하지만 똥을 좋아한 작가도 많다. 대표적인 분이 연암 박지원(1737~1805)이다. 그는 ‘열하일기’ 중 ‘일신수필’에서 “중국에서 가장 볼 만한 게 흙덩어리과 똥무더기”라고 말했다. 이때 똥은 쓰임을 날카롭게(= 이용·利用) 하는 문명의 상징이다. 또 소설 ‘예덕선생전’에선 동네 똥장수인 엄행수를 “군자답다”고 극찬한다. 엄행수는 아침이면 삼태기로 똥을 퍼나르는데 거기엔 말똥, 쇠똥, 입회령(돼지똥), 좌반룡(사람똥), 완월사(닭똥), 백정향(닭똥) 따위가 가득하다. 소설 ‘호질’에서도 위선자인 북곽선생이 호랑이 꾸짖음에 놀라 빠지는 데가 똥거름통이다. 연암의 글엔 온통 똥 향기가 그득하다.

연암 등에게 똥은 메타포지만 아무 사심 편견 없는 어린이들에게 똥은 그 자체로 재미다. 그 이상 재미있는 말이 없어 이제 갓 말 배우는 아이들도 ‘똥!’이라고만 하면 자지러진다. 동화책, 그림책 이름도 그래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베르터 홀츠바르크), ‘강아지똥’(권정생) 등 똥이 많이 들어간다. 애기똥풀이란 야생화는 ‘아기’ + ‘똥’이 결합된 가장 아름다운 작명 중 하나다. 똥으로 사람 재밌게 하는 건 담시 ‘똥바다’(김지하) 만한 게 없을 것이다. 임진택이 판소리로 만들었고 후에 무개념 ‘일베’(=일간베스트)족을 풍자한 ‘인터넷 똥바다’로도 진화한 이 담시엔 똥이란 말이 족히 천번은 나온다.

나는 아무래도 철 없는 쪽에 가까운가 보다. 이병천 말대로 ‘똥꾼’이란 표현에 말맛은 적지만 그래도 갈수록 거부감이 없어진다. 막걸리를 ‘똥이 가게’ 마시는 전주 서민 ‘똥꾼’들과 어울릴 때 가장 즐겁다. 와인, 양주와 ‘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또한 맘에 든다. / 임용진(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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