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지음 / 천산
“이른바 깨달았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는 것도 꿈속의 꽃잎처럼 허공중에 피고지는 덧없는 생각, 그리하여 나뭇잎과 바람처럼 생각이 잠들더라도 내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한 움큼 낙엽 한 가닥 생각, 한 순간 뜨거운 불꽃에 지나지 않는다.”

3년 전 ‘안철수대망론’이라는 운세풀이로 유명세를 탔던 한병권씨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미즈아가행복작명연구원 한가경 원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호적상 이름 한병권이라는 본명을 내걸고 첫 시집 <비어있음에 대하여>를 출간했다.

1958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한 시인은 부산 명문고인 경남고 시절부터 ‘입산수도 원력’을 세웠지만 집안의 반대로 좌절됐다. 영남대 법학과 재학시절에는 성철스님과 경봉스님 등 당대 최고의 선지식을 찾아다니면서 참선수행에 몰입하기도 했다.

대학졸업 후 20여년간 신문기자로 활약한 한 시인은 “엉망진창이 돼 난삽하기 이를데 없는 기자생활, 저녁마다 사람들 속에서 이유없이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직장생활이 싫었다”며 “제대로 살기 위해 대학시절처럼 내면세계에 충실한 생활을 시작했다”면서 시와 인연맺은 경위를 밝혔다. 그에 따르면 참선수행을 하자마자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자연스레 시상(詩想)이 떠오르기 시작해 시작(詩作)에 몰입하게 됐다.

2005년 농민문학 신인상에 응모해 당선됐고, 2007년 시 ‘비어있음에 대하여’가 공중파를 타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비어있음…’의 일부다.

‘나는 안다/ 내게 많은 게 부족하고 비어있음을// 여백 듬성듬성 희멀겋게 드러나는 머리숱/ 짧은 혀, 작은 목소리, 재능없는 춤솜씨/ 늘 모자라는 잠/ 메마른 눈물, 웃음다운 웃음사랑에/ 목마른 가슴/ 그리고 또 있구나, 진정 낮은 곳/ 지저분한 곳도 외면하지 않는 겸손같은 것…’

김선유 시인은 한 시인을 두고 “묵언수행에 든 납자를 닮았다”고 했고, 박희관 경남정보대 교수는 “한마디로 말하면 ‘나를 찾는 시’다”라고 말했다.

[불교신문 2857호/ 10월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