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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병권의 느낌표!] 무책임한 지열발전소 건설 전면재검토해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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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28
내용

 

포항지진은 인재(人災)인가, 천재(天災)인가. 유발지진인가, 아닌가. 지열발전소 물 주입 행위와 지진에 인과관계가 있는가, 없는가. 스위스 바젤 및 미국 오클라호마 지진 유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운영을 전면중단해야 하는가, 아닌가.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다. 6개월간의 지진·지질전문가 정밀진단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포퓰리즘적으로 접근해서도 섣부른 예단도 금물이다. 2011년 동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여파가 한반도의 지층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과거와 달리 한국 자체의 지각활동도 변화추이가 심상찮은 것도 인정해야 한다. 화력발전처럼 매연과 오염에 시달리지 않는 친환경적인 면이 지열발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거나 ‘늦은 밥 먹고 파장(罷場) 간다’도 이와 비슷한 속담이다. 일을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불행 중 다행으로 사망 사고는 없지 않았느냐는 반문과 함께 가슴 쓸어내리고 말 일인가. 포항지진과 관련해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첫째, 포항지열발전소 건설에 앞서 지진 피해로 경악하게 만든 스위스 바젤과 미국 오클라호마 사례를 충분히 검토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위스는 지열발전소에 의한 인공 지진 유발이 이미 확인된 곳이다. 2006년 12월 가동을 개시한 뒤 지진이 발생하자 문을 닫았다. 바젤은 지표면 가까이 뜨거운 용암이 꿈틀거리는 화산지대가 아니었다. 바젤 지열발전소는 약 4.5㎞ 깊이까지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해 수증기 압력을 발생시키고 이를 회수하는 방식에서 포항과 같다. 화강암지대에 1만 2000톤의 물을 주입했고, 주입하자마자 규모 2.6의 지진이 발생했다. 5시간 후에 규모 3.4 지진이 다시 덮쳤다. 주입된 물이 단층에 영향을 주고 마찰력을 약화시켜 지진을 일으킨 것이다. 오클라호마에서도 유발지진이 확인됐다. 2011년 셰일가스 채굴지역에서 규모 5.6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많은 양의 물을 빠른 속도, 혹은 큰 압력으로 주입하면 지진을 유발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왔고, 지진과의 인과관계도 인정돼 일부 개발 지역에서는 피해 배상 등 법적 책임이 운위되고 있다. 포항도 활성단층지대 위에 있다. 그런 만큼 지열발전소가 구멍을 뚫는 지역의 지질학적 정밀 기초조사 및 지진 안정성 평가를 먼저 했어야 했다. 바젤과 오클라호마쪽 경험자와 전문가를 초빙해 시추와 관련한 조언도 들었어야 했다. 다름 아닌 시민들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보호를 위해서 말이다.

둘째, 비록 작은 규모 지진이라고 하지만 지열발전소 건설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불구, 놀랍게도 당국은 쉬쉬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말부터 건립되기 시작한 포항지열발전소는 지난해 1월 29일부터 물 주입과 배출이 총 400여회 실시됐으며 이때마다 발전소 주변에서 63차례나 소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10차례는 비교적 규모가 큰 2.0 이상 지진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투명하게 국민 앞에 공개하지 않았다. 몰랐다고 해도 문제, 알고 덮었다고 해도 문제였다.

셋째,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진의 진앙과 깊이를 뒤늦게 수정발표한 점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 당국은 23일 진앙을 지열발전소에서 2㎞ 떨어진 곳이 아닌 500m 인근으로, 깊이를 9㎞가 아닌 3∼7㎞로 수정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결국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다. 첫 발표에 왜 오류가 있었는지, 또한 무엇을 감추려는 배경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 것이다.

무릇 사람과 동식물은 땅에서 왔고, 끝내 땅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존재의 뿌리인 땅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 현장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깊고 깊은 땅속의 일을, 뜨거운 지구핵의 거대한 움직임을 누가 제대로 알겠는가. 어쩌면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의 중대하고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명확한 인과관계도 밝혀낼 수 없었다는 식으로 두루뭉수리하게 물타기 된 조사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안전불감증이었고, 무책임의 극치였다는 의견이 많다. 만에 하나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면 도의적 책임을 넘어 인식 있는 과실, 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적 책임까지 거론될 수 있다. 때문에 이 일대는 물론, 한반도의 과학적인 단층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모든 지열발전소 건설은 전면 재검토돼야 하겠다. 원활한 전기 공급이라는 경제성도 좋지만 안전보다 우위이겠는가.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명제보다 앞설 수 있겠는가 말이다.

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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