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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정승훈] 음식 이름에도 문화가 있다. 음식문화 이해 넓히려면 적절한 작명 필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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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333
내용

[세상만사-정승훈] 음식 이름에도 문화가 있다

세계적 음식 핫도그도 ‘개고기’ 연상돼 논란… 음식문화 이해 넓히려면 적절한 작명 필요

[세상만사-정승훈] 음식 이름에도 문화가 있다 기사의 사진

       

한국인도 자주 찾는 미국 뉴욕의 관광지 중 코니아일랜드라는 곳이 있다. 뉴욕 중심가에서 1시간30분 남짓 꽤 먼 거리지만 지하철로 접근이 가능하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핫도그를 맛보기 위해서다. 매년 핫도그 먹기대회가 열리는 곳인데 올해로 101회가 됐다. 
 
이곳이 핫도그 대표 지역이 된 것은 유럽에서 온 이주민이 많이 거주했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유럽 이주민은 끼니를 주로 소시지 하나를 끼운 빵으로 해결했다. 그들에게 간편하고 저렴한 식사로 기능했던 핫도그는 세계인의 음식이 됐다. 지난해 미국핫도그소시지협회(NHDSC)는 “핫도그는 샌드위치가 아니다”라는 성명을 내놨다. 처음에는 핫도그가 샌드위치의 한 종류였지만 이젠 전혀 다른 음식이 됐다는 자부심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핫도그에 자부심이 넘쳤던 것은 아니다. 한때 코니아일랜드 상공회의소는 “식당에서 ‘핫도그(hot dog)’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었다고 한다. 개를 의미하는 어휘(dog) 탓에 마치 개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쓰는 것처럼 비친다는 이유에서였다. 

개고기 뉘앙스를 풍긴다며 음식 이름을 바꾸자고 했던 건 개의 식용을 꺼리는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찍 정착된 애완견 문화, 다른 단백질 공급원이 비교적 풍부했던 사회적 여건과도 연결돼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개고기 장국을 보신탕으로 이름 짓고 북한에서 개고기를 단고기로 바꿔 부른 것도 이 같은 인식을 염려한 탓이다.

즐기는 사람이 급감하는 등 보신탕 문화가 예전 같지 않아 올 여름은 잠잠한가 싶더니 최근 온라인에서 한 여배우의 모친으로 인해 ‘개고기 식용’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가대표 양궁선수가 보신탕을 즐겨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SNS에 욕설과 함께 “한국을 미개인 나라라고 선전하냐”는 식의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한국의 개고기 논란은 외국인들에게는 흥미로운 화젯거리다. 연수차 미국의 한 대학에서 지낼 당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토론을 하는 시간에 주어졌던 첫 번째 질문은 “너도 개고기를 먹어봤냐?”는 것이었다. 어렵사리 “애완견을 먹는 게 아니다”는 논리로 답변하면서 절감했던 아쉬움은 식용 개고기를 지칭하는 단어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소(bull·cow)와 소고기(beef)는 달랐고 돼지(pig)와 돼지고기(pork)도 달랐지만 개(dog)와 개고기(dog meat)는 다르지 않았다.  

곤혹스러웠던 수업이 끝난 후 친한파였던 브라질 출신 교환학생 한 명이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브라질이 세계 최대 닭고기 생산국 중 하나라고 부연하더니 “우리는 닭고기(chicken)를 즐겨 먹지만 닭(hen·cock)을 먹는다고 하지 않는다”며 “개고기(dog meat)라는 단어는 오해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개고기란 이름은 친숙하다. 소의 고기를 소고기, 돼지의 고기를 돼지고기로 부르니 개의 고기를 개고기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소고기를 소의 고기(cow meat)라 하지 않고 돼지고기를 돼지의 고기(pig meat)라 하지 않는 이들에게 개고기(dog meat)라는 단어는 거부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음식 이름에도 문화가 배어 있는 법이어서 이름 때문에 선입관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일환으로 식용 개고기를 지칭하는 어휘를 만들어 홍보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듯싶다. 물론 개고기의 도축 및 유통 과정을 제대로 정비하는 게 우선이다.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 온라인팀 차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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