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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그랜저’, ‘쏘렌토’···자동차 이름에 숨은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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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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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쏘나타’, ‘그랜저’, ‘쏘렌토’···자동차 이름에 숨은 뜻이?

심사숙고’ 자동차 업계 작명의 세계



 
▲ 현대자동차 쏘나타. 현대차는 이 차의 이름을 음악용어에서 따왔다. / 사진 = 현대자동차

‘시발’부터 ‘EQ900'까지···

사람이나 사물은 이름(名)을 가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약속’이다. 산업계에서도 마찬가지. 소비자들이 제품을 보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이름’이다. 업체 측은 상품·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광고를 집행한다.

작명(作名)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식품·의류 등 다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교체 주기가 길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럭셔리’, ‘고급화’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는 점도 자동차 작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가 전륜구동 플래그십 세단인 ‘아슬란’의 이름을 정하는 데 약 1년6개월을 고심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싼타페·쏘렌토·캡티바··· 車 이름에 숨은 뜻

16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들은 심혈을 기울여 신차의 이름을 정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자동차의 이름은 ‘시발’이었다. ‘첫 출발’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승용차 외에도 시발 택시, 시발 버스 등이 제작되기도 했다.

  
▲ 기아차 쏘렌토. 차명은 유명 휴양지 이름에서 따왔다. / 사진 = 기아자동차

2016년 현재 시판되고 있는 차량들 역시 각각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차량의 역사에 따라 다양한 작명법을 채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차 이름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1975년 출시된 현대차 ‘포니’는 ‘예쁘고 귀여운 작은 말’이라는 의미를 담은 영어 이름이다. 국내 최장수 모델로 유명한 쌍용차의 ‘코란도’는 1980년대의 감성을 대변한다. 당시 신진지프자동차공업에서 선보인 코란도는 ‘Korean can do(한국인은 할 수 있다)’ 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국산차 생산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는 외국어를 빌려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현대차 아반떼는 스페인어로 ‘발전’ 혹은 ‘전진’이라는 뜻이다. 이 차의 수출명인 ‘엘란트라’의 경우 프랑스어로 ‘열정’을 뜻하는 ‘엘란’과 영어로 ‘운반’을 의미하는 ‘트랜스포트’(Transport)의 합성어다.

휴양지 이름을 사용한 이름도 많다. 쌍용차의 ‘히트작’ 티볼리는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현대차 ‘투싼’ 역시 미국 남서부에 있는 휴양지와 이름이 같다. 현대차 ‘싼타페’도 미국 뉴멕시코의 유명 관광지다. 기아차 ‘쏘렌토’, 지금은 단종된 현대차의 대형 SUV ‘베라크루즈’ 등도 해외 휴양지와 명칭이 동일하다.

현대차 ‘쏘나타’는 4악장 형식의 악곡을 의미한다. 음악 용어에서 이름을 차용한 셈이다. 현대차 ‘엑센트’ 역시 이름을 ‘강세’라는 음악 용어에서 따왔다.

이 밖에 현대차 ‘에쿠스’는 ‘개선장군의 말’, 현대차 ‘그랜저’는 ‘위대함’, 한국지엠 ‘다마스’는 ‘좋은 친구’, 쌍용차 ‘체어맨’은 ‘의장’ 이라는 의미를 품었다. 한국지엠 ‘임팔라’, 쌍용차 ‘무쏘’ 현대차 ‘티뷰론’(상어), 현대차 ‘아슬란’(사자) 등은 동물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의 이름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이온(ION)’의 특징에 ‘독창성(UNIQUE)’을 더한다는 뜻으로 탄생했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EQ900'는 에쿠스의 'EQ', 브랜드의 최상위 라인업이라는 의미의 ’9‘, 최고급 세단의 차별화를 위해 덧붙여진 ’00‘이 합쳐져 작명됐다.

  
▲ 한국지엠 쉐보레 임팔라. 차명이 동물의 이름과 동일하다. / 사진 = 한국지엠

자동차 업계 새로운 트렌드 ‘알파뉴메릭’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지녔던 자동차 작명법도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알파벳 + 숫자’ 방식의 ‘알파뉴메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이는 본래 경쟁이 치열하고 역사가 깊은 유럽 시장에서 시작된 작명법이다. 이름을 듣고 차량의 크기·배기량 등을 쉽게 유추할 수 있고 작명에 크게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지녔다. 깔끔한 매력을 뽐내는 것은 물론 브랜드 차량들이 통일성을 추구할 수도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추세를 쫓은 대표적인 회사는 기아차와 르노삼성자동차다. 기아차는 ‘기아’를 뜻하는 알파벳 ‘K'에 숫자를 붙여 승용차 라인업을 구별하고 있다. 1600cc급의 ’K3', 2000cc급 ‘K5', 2400~3000cc급 ’K7‘, 3800~5000cc급 ’K9'이 대표적이다. 르노삼성자동차도 같은 맥락에서 'SM3', 'SM5', 'SM7' 등으로 이름을 정하고 있다. 오는 3월2일 출시를 앞둔 중형 세단의 경우 이름을 ‘SM6'로 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 SM6의 경우) 유럽에서는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차지만, 기존 회사의 명명법을 따르게 되면 광고·홍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고급화된 중형 세단 세그먼트를 표방하는 만큼 ’SM5'보다 숫자가 높은 ‘SM6’라는 이름을 선택, 별도의 설명 없이도 소비자들에게 이 차의 큰 특징을 설명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 르노삼성 SM6. 영문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뉴매릭' 방식을 작명에 사용했다. / 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수입차 업체들의 경우에도 이 같은 작명법을 활용하는 사레가 많다. BMW의 경우 크기에 따라 1~7시리즈로 체급을 나눈 뒤 엔진 배기량을 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320d'의 경우 ’3시리즈‘의 ’2000cc급‘ ’디젤(d) 차량“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같은 맥락에서 1시리즈는 회사의 소형차 모델을, 7시리즈는 플래그십 세단 모델을 지칭한다. SUV 모델의 경우 ‘X'를 활용해 ’X1'부터 ‘X6'까지 라인업을 갖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각 차급의 특성에 따라 'A', 'C', 'E', 'S', 'G' 클래스 등을 운영한다. 아우디는 세단에는 ‘A', SUV에는 ’Q'를 붙인다. 뒤에 붙는 숫자를 통해 차량 크기를 구분한다.

폭스바겐은 이 같은 알파뉴메릭 방식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은 ‘바람’에서 이름을 따오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 ‘폴로’, ‘제타’, ‘파사트’, ‘시로코’ 등 대부분 차종의 이름을 바람에서 차용했다. 예를 들어 ‘폴로’의 경우 ‘북극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라는 뜻을 지녔다.

  
▲ BMW 7시리즈 / 사진 = BMW코리아

자동차 업계 ‘작명 전쟁’

업체들이 자동차 이름 짓기에 사활을 걸면서 이를 둘러싼 잡음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5년에는 애스턴마틴과 포르쉐가 ‘GT3'라는 이름을 두고 한바탕 붙었다.

영국의 슈퍼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은 ‘2015 제네바 모터쇼’에서 ‘V12 밴티지 GT3'라는 한정판 모델을 공개했다. 하지만 포르쉐는 ’GT3라는 명칭은 포르쉐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애스턴마틴은 결국 'GT3'를 포기하고 이 차의 이름을 ’V12 밴티지 GT12’로 바꿨다.

브랜드간 자존심을 건 ‘소송 공방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05년부터 아우디가 SUV 모델에 ‘Q'를 붙이겠다고 밝히고 ’Q7‘을 내놓자 일본 메이커 인피니티는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가 1980년대부터 세단에 ’Q45'라는 이름을 써왔다는 이유에서다.

아큐라는 링컨이 신형 SUV의 이름을 ‘MKX'로 정했을 때 자사의 SUV ’MDX'와 이름이 비슷하다며 소송을 냈다. 포르쉐 역시 당초 ‘911’ 시리즈의 이름을 ‘901’로 정했었지만 푸조가 자신들의 작명법과 동일하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이름을 ‘911’로 바꾸게 됐다. 인피니티는 고급 세단에 ‘M'을 붙였었는데, BMW가 자신들의 고성능차 브랜드 ’M'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적 있다.

  
▲ 도요타 캠리. '왕관'을 뜻하는 일본어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 사진 = 한국토요타

현대차 역시 이와 관련한 ‘흑역사’가 있다. 아반떼의 수출명인 ‘엘란트라’가 한때 ‘란트라’라는 황당한 이름으로 팔린 적 있는 것. 유럽 진출 당시 영국의 로터스가 스포츠카 ‘엘란’과 이름이 비슷하다며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후 기아차가 ‘엘란’의 상표권을 사면서 아반떼는 다시 ‘엘란트라’라는 제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자동차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쌍용차 ‘무쏘’의 경우 원래 ‘무소’가 맞는 표기법이지만 남성미를 풍기기 위해 일부러 된소리를 사용했다. 현대차 ‘쏘나타’의 경우에는 ‘소나타’로 적어야 맞지만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강한 어감을 이용했다. ‘소(牛)나 타는 차’라는 나쁜 인식을 피해가기 위해서다.

  
▲ 푸조 508. 푸조 차량들은 앞자리 숫자를 통해 차급을, 마지막 숫자를 통해 해당 차량의 세대(8세대)를 표현한다. / 사진 = 한불모터스

시판 중인 한글명 자동차 ‘제로’

이 같은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 속에서 한 편에서는 아쉬운 점도 발견된다. 바로 자랑스러운 한글 이름을 지닌 자동차가 2016년 현재 단 한 종류도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라는 타이틀을 지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대우차 ‘맵시나’(1983년)와 쌍용차 ‘무쏘’(1993년) 등은 순 우리말을 활용했다. 이곳 저곳 누빈다는 뜻의 ‘누비라’(1997년) 역시 순 우리말로 만들어진 자동차 이름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 보고 영업을 할 수는 없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만한 이름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글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분위기”라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무조건 외래어 이름은 고급스럽고 한글명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 이름이 국가마다 다른 경우는 허다하다. 한국의 경우에도 아반떼는 해외에서 ‘엘란트라’, 그랜저는 ‘아제라’ 등의 이름으로 팔린다”며 “국내 판매명은 한글로 정하고 글로벌 시장용 모델명을 따로 정해도 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한글명이 경쟁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며 “무조건 한글을 지키자는 뜻은 아니지만 분명 우리나라의 위상을 생각하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쌍용차 티볼리. 이탈리아의 유명 휴양지에서 이름을 따왔다. / 사진 = 쌍용자동차

특히 일반 차명을 사용하는 대부분 업체들은 자국의 언어를 보존하며 자동차 이름을 만들고 있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 ‘미라이’(미래), ‘캠리’(왕관) 등이 자국어를 활용하고 있다. GM, 포드 등 미국 회사들은 영어를, 폭스바겐 등 독일 회사들은 독일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마세라티의 ‘콰트로포르테’라는 명칭도 자국어를 활용한 명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류를 통해 문화를 수출하는 것처럼 한글명 자동차를 만들어보는 것도 꽤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  yes1677@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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